갈 것이다 치앙마이..!
치앙마이에 대해 처음 들었던 건, 3년 반 전 멕시코에서였다.
모든 여행자들이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개미지옥인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의, 간판도 없는 작은 한인 민박이었다. 60일 가까이 이어져 오던 남미 여행에 지쳤던 나는 그곳에서 일주일 가까이 머물렀는데, 작정이나 한 듯이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근처의 원주민 마을도, 독수리가 날아다닌다는 협곡도 가지 않고 그저 10시가 넘어야만 눈을 뜨고, 주방에서 아침을 (스스로 차려) 먹고, 누군가 해 주는 점심(이건 대개 음식 솜씨 좋은 장기 투숙객 분들이 해 주시곤 했다)을 먹고, 마음에 드는 카페 몇 군데를 돌며 일기를 쓰다가 해가 질 무렵 숙소로 돌아오면, 늘 모든 투숙객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거실에 모여 있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소소한 저녁 파티가 벌어지곤 했다. 그 저녁 식탁에서 우연히 동향인 분을 만나게 되었고, 여느 때처럼 그 분이 해주는 요리를 먹으며 치앙마이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세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아, 태국의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가 바로 치앙마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맞장구를 쳤던 기억이 난다.
잊고 살던 치앙마이가 문득 떠오른 건 왜였는지 모르겠다. 다만 어마어마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유난히 덥고 길고 지치는 여름의 한복판이어서 더욱 그랬을지도. 혹은 회사에서 모니터와 눈을 맞추고 있다 보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창밖에 해가 뜨는지, 바람이 부는지, 시간당 400mm의 비가 오는지-이 문득 참을 수 없을 만큼 알고 싶어지고, 눈으로 보고 싶어져서 그만 그랬을지도. 뭐가 어찌 되었든 원래는 욕심을 내어 스리랑카에 가려고 했다가, 조금 더 느긋한 도시인 치앙마이로 가게 되었다. 스리랑카를 포기한 일에 대해서도 쓸 말이 한 트럭 있지만 (ㅋㅋㅋ) 아무튼 내년의 2월 말에는 태국 북부의 개미지옥으로 간다! 이미 좀 전에 티켓팅도 했으니 돌이킬 수 없어^ ^
좀 더 세부적인 여행에 대한 내용들은 차차 쓰도록 하고. 자 이제 올해의 남은 가을과 겨울은 소중한 미래의 기억으로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