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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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연말 세일 때 충동적으로 지른 투더문 엔딩을 방금 봤다. 게임하면서 이렇게 티슈 백장 쓸 줄 누가 알았겠니....조니의 유년 시절 기억부터는 거의 펑펑 울면서 플레이하고 말았다. 공감할 수 없는 개개인의 외로움. 절대적인 고독. 어째서 이런 소재에 특히 감정적으로 취약한지 모르겠다. 현실에선 끝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고, 가상의 기억 속에서만 온전한 해피엔딩을 맞았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픔. 개발자들은 결국엔 희망적인 얘기라 인터뷰를 했던 것 같지만 말이다ㅡ이미 일어난 현실을, 옛날의 기억을, 엎질러진 과거를 바꾼다는 서사나 소재는 늘 내게 슬픔만을 줬던 것 같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아무리 상황을 바꾸려 노력해서 그들이 성공할지라도 그건 드라마 안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장 바깥 테두리에서 그걸 지켜보는 나는 괜히 더 무기력한 기분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네.
(음악이 너무 좋았다. 엔딩을 보고 나면 피아노의 반복적인 멜로디마저 굉장히 슬프게 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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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담 집에 기어들어오기 전에 밖에선 뭘 했냐.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또 출장을 다녀왔다. 오전부터 노트북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용산행 택시, 대전행 KTX, 미팅 장소까지 택시, 끝나고 역까지 또 택시, 다시 서울까지 KTX....하루에 이렇게 탈 것을 많이 타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 길바닥에 안 토한 게 다행일까^^ 그치만 가서 과장님 대리님이 하는 얘길 듣는 건 늘 즐거움. 이번 건이 잘 되어서 내년 내후년에 또 유사한 일을 하게 된다면, 그땐 내가 대리님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 만지면서 설명하고 있어야 할텐데..그렇길 바란다...
늘 참고 참다가 참나무가 될 지경이 되어 모든 걸 때려치고 싶다가도, 결국은 뭔가 이루고 싶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꾹꾹 참고 출근을 하고, 배우고, 귀찮은 일들과 보람 있는 일들을 번갈아 하고, 싫은 소리도 들어 넘기고 있다(폭발 쿨타임이 돌아와서 요즘은 정말로 견딜 수 없긴 해..). 동시에 나를 미워하고 나를 한심해하기도 한다. 뭘 이루기 위해 나는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걸까. 라고 되물으면 할 말이 없다. 그러게. 라고 작은 소리로 대답하게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