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6 España

DAY 4 : 몬세라트는 결국엔 맑음

만만다린 2017. 5. 1. 21:20


2016년 12월 14일



매일이 완벽한 바르셀로나에서의 세 번째 아침


*

오자마자 너무 빡세게 다니고 있는 것 아니니? 라고 오늘도 6시경 부스스 일어난 내 자신에게 반문하며....퀵하게 나갈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근교의 몬세라트 수도원에 다녀오는 날. 전날 벙커에서 만난 한국 분들, 그리고 나의 룸메 연언니가 모두모두 이날 몬세라트에 가기 때문에 나는 외롭지 않겠구나 꺄르륵



우선 연언니와 에스파냐 역으로 간다.


*

몬세라트로 가기 위해서는 에스파냐 역에서 Manresa행 열차를 타야 함. 플랫폼 앞에 자판기가 있고 그곳에서 열차 왕복권과 몬세라트 입장권까지 포함된 이름하여 *통합 입장권*을 팔고 있기 때문에, 저같이 헤맴이 일상인 여행자도 무리 없이 갈 수 있답니다. 


다만 만레사행 열차가 1시간에 1대 정도로 썩 좋지 않은 배차를 자랑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겠다....일행분들을 7시 50분인가 출발하는 열차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한 분(포스코님)만 오심ㅋㅋㅋㅋㅋㅋ 정작 우리도 하몽 샌드위치를 사가겠다고 늦을 뻔 했고, 다른 두분은 아예 차를 놓쳐버렸던 것이다. 하핫...도착해서 만나기로 하고 일단 연언니, 나, 그리고 포스코님 셋이 오손도손 출발한다.



해도 채 뜨기 전 이른 시간에 출발하여 한참을 바르셀로나 외곽으로 씽씽 달린다.



이내 산악지대가 나왔고. 날씨가 잔뜩 흐려서 어쩐지 아쉬운 기분이 되었다. 몬세라트는 안개가 대박쓰라던데 저희 잘 가서 잘 볼 수 있을까여....

트레이너 일을 하셨던 포스코님과 헬스의 어려움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시간 정도 쭉 기차를 타고 간다.



소듕히 비닐봉지에 담긴 우리의 점심 하몽 샌드위치

몬세라트에도 물론 뷔페 식당이 있지만 비싸고 퀄이 구리다 들어서, 대신 간단히 먹을 점심을 싸갔던 것임.

(나중에 유학 듀오 분들께서 뷔페 드시는 걸 보니 맛만 있어 보여서 죠금 후회함)



도착한 몬세라트 '산악열차' 정거장



사람들이 우르르 내릴 때 따라 내리면 됨. 다만....산악열차가 아니라 케이블카 타는 사람들은 전 정거장에서 내리십시오....안 그러면 배차 간격이 헬인 만레사행 열차를 또 다시 기다려야 한답니다 꺄룩


넘나 황량하고 아무것도 없어서 당황했지만, 저멀리ㅣ 보이는 초록색 몬세라트행 열차를 타러 직진 직진



예 바로 이것이구요,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케이블카와 요 산악열차



뭐 별 이유는 없었고 산악열차가 좀 더 쌌기 때문에 요걸 탔던 것 같다 (?!) 내 메모리 다 어디갔니?

절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왼쪽 자리를 잡기 위해 연언니와 두다다 달려서 탔을 땐, 이미 왼쪽의 창가 자리들은 거진 다 찬 상태였다. 역시 21세기는 정보가 힘인가봐,,



위로 올라가기 시작



헹엣 신기해



벗..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안개가 우릴 반겼다....헤헿 세기말적이어서 좋네요 헤헿 헿 하고 애써 정신승리를 하며 위로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환하게 햇살이 비치는 게 아니겠니? 창밖을 보니 우리가 아까의 그 두꺼운 안개를 뚫고 이렇게나 높이 올라와 있던 것이었다 ㅠㅠ

열차 안은 그야말로 감격의 도가니였고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수도원이 있는 윗동네는 정말 거짓말처럼 맑고 파랬다.



뭐랄까 뒤져서 천국에 온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내리자마자 2차로 충격을 받게 되는데



물론 블로그나 여행책에서 사진으로, 다큐멘터리 동영상으로 수십만 번은 봤을 테지만, 이 기괴한 톱니모양의 바위 절벽을 실제로 보니 '엌...어엌....' 말고 다른 감탄사를 내뱉을 수는 없었던 거시다...



여기까지 차가 어떻게 올라왔나 약간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무튼 차도 있었고

바르셀로나 시내와는 사뭇 다른 추위에 또 조금 놀라버렸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은 덤.



일단 산호안 전망대로 가기 위해 푸니쿨라를 타보기로 한다.


*

몬세라트 가는 법은 그야말로 전나게 복잡한데.. 혹시 이 자기만족용 일기를 보고 여행을 준비하는 미지의 방문객이 있을까 해서 좀 적어봄.

일단 몬세라트에 가고자 하는 (차 없는) 외지인이 생각해야 할 것은 세 가지가 있다.


1. 몬세라트 아랫마을까지 가기 위해 뭘 타야 하나? - 만레사행 열차를 타면 됨 (@에스파냐 광장)

2. 몬세라트 수도원까지 올라가기 위해 뭘 타야 하나? -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두 가지가 있으니 끌리는 대로 타시면 됨

3. 산 전망대까지 올라가기 위해선 뭘 타야 하나? - 푸니쿨라(가파른 절벽을 오르는 산악 곤돌라ㅇㅇ)를 타거나 걸어가면 됨


이 모든 것(1,2,3)이 포함된 것이 바로 에스파냐 광장에서 살 수 있는 '몬세라트 통합권'이고, 에스파냐 광장을 오가라고 시내 지하철 왕복권까지 2장 포함된 아주 혜자로운 패키지이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거나, 아니 그냥 최소 노력으로 최선의 여행을 하고 싶다면 이걸 사는 것이 좋음. 

지하철 왕복권이 쓸데없이 왜 들어있냐?! 하는 생각 물론 나도 했지만, 여러분이 바르셀로나에 3일 이상 머문다면 일단 T-10은 무조건 모자랄 것이기 때문에....일단 사십시오....


*

한편 2번과 3번은 옵션으로 통합권에 포함시킬지 안 시킬지 선택이 가능하다. 포함을 안 시킬 경우 현장에서 사면 됨. 이 경우에는 케이블카 타고 수도원 갔다가 산악열차 타고 아랫마을 내려오는 것도 가능해지는 거시다. 다만 왕복으로 끊는 게 당연히 더 저렴함 ^ㅅ^

특히 전망대 올라가는 푸니쿨라(3번)의 경우, 트래킹이나 산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걸어 올라가거나 걸어 내려오려고 일부러 편도만 끊거나 아예 안 끊기도 함. 연언니와 나두 일단은ㅡ올라가는 건 힘드니까ㅡ산 호안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편도로 타고, 내려올 때는 슬슬 걸어서 더 아랫쪽에 있는 산타 코바 전망대도 보고 오기로 결정했다. 이때는....그래 이때는 그랬지....



올라가는 길. 위가 뚫려있어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기는 커녕 별거 안 보임...내려갈 때 멋있더라....



한 10분 올라갔을까 (왜곡된 기억일 수 있음 주의)



도착한 정류장에는 고양이가 우리를 반겨주었고



내리자마자 요로케 장관을 볼 수 있다!



날씨가 흐려도 짱짱맨이야 기대보다 활씬 됴았음..



셋이 열심히 서로서로 사진 찍어주는듕. 동행 만세다~~예이~~~



구름 사이로 햇살이 광선검처럼 내리는 것도 봄. 날이 너무 좋았다면 이런 걸 못 봤겠지,,,(긍정)(긍정)



낮은 구름들이 봉우리를 덮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 도시만 구경하다가 오랜만에 이런 대자연을 보니 남미에 돌아온 기분이었달까요



너무 조아서 얼굴이 트질 것 같아여;;



그래서 남미 다닐 때 대자연 앞에서 많이 하던 포즈를 오랜만에 다시 해 보았다..이건 도시에선 하라고 해도 안 나온다고,,



이제 저 멀리 보이는 Ermita de Sant Joan으로 가보자



산 호안 예배당. 암자....라고 하나... Ermita는 속세로부터 숨어 은둔하는 그런 작은 기도실 느낌의 장소다.



열심히 걸어올라가는 길


근데 왜 때문에 벌써 힘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어떻게 걸어서 내려가려고 그랬을까....이 때부터 언니와 나의 맘에 '포기하고 내려갈 때도 푸니쿨라 탈까,,'라는 생각이 자라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봤자 10분쯤 등산한 거였는데 ; 무튼 도착이염



예배당에서 보이는 풍경. 이곳은 이미 발을 잘못 디디면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이 아찔한 높이였다



내부는 이러하고. 종교는 없지만 맘이 어지러울 때마다 종종 이 사진을 봄...



전망 좋은 이 곳에서 하몽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까먹었다!


하몽은 늘 메론 위에 있는 것, 혹은 뜨거운 요리에 든 것만 먹어봐서 온전히 '하몽'의 맛만 느낀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조금은 비릿하고 낯선 맛이었지만 넘넘 맛있었음 ㅠㅅㅠ 칠칠맞게 다 흘리면서 와구와구 먹었다. 뒷정리 깔꼼히 하고 다시 출발



금방 또 날씨가 좋아져 버렸네. 건기인 겨울의 스페인은 너무나도 사랑이었던 것입네다



다음의 목적지는 조금 더 윗쪽에 있는 산트 오노프레 예배당



조금만 올라와도 이렇게 풍경이 달라지다니요. 멀리서 보는 산 호안 예배당은 더욱 운치있고 좋았다.



저 멀리 빨간 등산복 입은 분이 시강..



또 다시 서로 사진 찍어주기 삼매경



이곳이 Sant Onofre 예배당인 모양이다. 동굴 같은 느낌



안에 이런 것이 있었는데 뭘까 한참 궁금해하다가 내려온다



어떻게 이런 모양으로 바위산이 생겨났는지 참으로 신기하여라 /ㅁ/ 나만 신기한 건 물론 아니었는지, 이곳은 가우디에게 많은 영감을 준 곳이라 한다



돌아가는 길. 20여분 정도를 다시 걸어서 푸니쿨라 승강장에 도착~~



저쪽으로 올라가면 산타 코바 전망대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오지만

다들.....지침.....그렇고 말고 전날 열한시까지 맥주 마시고 여섯시에 일어나서 기차 타고 여기까지 왔으면 몸 상태가 정상이겠니 ㅠㅠ 결국 내려갈 때도 푸니쿨라를 타기로 한다. 이럴 거면 왕복권을~끊어올걸~~인생은 알 수가 없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몬세라트 수도원의 모습. 스고이



저 십자가가 있는 곳이 아마 산타 코바 전망대. 산 호안보다는 조금 낮은 곳에 있다 한다.

그렇게 쾌적하고 편안하게 푸니쿨라에 탑승....편도 요금은 4유로였나 얼마 안 했는데 이때 나의 피로도를 생각하면 굉장히 남는 장사여따 핳ㅎ



빠른 속도로 내려옴. 아래서 보니 정말 아찔한 높이인데 올라갈 땐 전혀 실감이 안 났던 것이 신기하다



내려왔으면 뭘 해야 한다? 기념품을 털어야 한다..



당연한 수순으로 스노우볼 구경



이 영롱하고 이쁜걸 왜 안 사왔을까 과거의 나야? ^^



타일 장식, 접시, 액자, 기타등등, 기타등등.......카톨릭 신자였다면 많은 걸 사 왔을텐데



물론 그냥 생활용품들도 많았다

그리고 여기서 아까 아침에 차를 놓쳐 못 만났던 유학생 듀오 분들을 만났다 꺄르륵~



얼굴 뵙자마자 와인 자랑하시는 중



는 사실 내가 찍겠다고 한 번만 들어달라고 했다 ;ㅁ;  감사합니다....

Sangre de Toro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와인인데 맛이 좋았고, 쁘띠한 사이즈임에도 한 모금씩 나눠주신 엽님의 자비에 또 감사를



다 먹고 다 놀고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중이당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수난의 파사드 제작자인 수비라치는 요기에 여러 작품을 남겼다. 음각이 인상적인 조각

계속 시선이 우리를 따라오는,,그런,,,춋도 무서운,,,느낌이었다



쥬아 날씨 아주쥬아



수도원 앞의 뜰. 기암 절벽들이 수도원 뒤를 병풍처럼 지키고 있다. 장관데스네



전망대



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새삼스럽게 해발고도가 몇 미터인지 궁금해지네



Lr는 가끔...쓸데없ol...신2 난ㄷr..



다만 겨울의 유럽이 대개 그렇듯 몬세라트 수도원에서도 대대적인 청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공사가 아닌 것이 어디인가)

그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이너 피스를 찾지는 못했따...바로 옆의 동행과 대화하는 것도 많은 에너지를 쓰게 만들었음 ㅠㅠ



뭔가 스스로를 해치고 있는 사진 같지만 아님;;;; 목도리 끝을 들어 귀여운 척을 해보려 했을 뿐,,


*

이제 본격 안으로 들어가보자

몬세라트 수도원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다름 아닌 성가대 합창을 들으려는 것이었다. 세계 3대 어린이 성가대라고 하는데, 때를 잘못 맞춰 오면 아가들이 방학이라 집에 내려간다고 한다 ㅠㅠ 우잉 몬가 귀여워 ㅠㅠ 다행히 이때는 겨울이라 그럴 일은 없었고, 시작하는 시간인 1시만 잘 기억하고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면 합창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빠라바바바~빠라바바바바~



천정. 저 라틴어가 무엇인지 쓸데없는 토론을 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이미 한 쪽에는 검은 성모 마리아를 보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음.



뷰리풀



바닥의 저 작고 검은 원 안에 서면 좋은 우주의 기운을 받아간다는....누군가의....말에....우리는 갑작스럽게 한명씩 저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게 되는데...



(민망)(다소곳)



들어가자 얼릉..



내부는 이렇게. 여타 바로크 양식의 성당 내부처럼 생겼다.


스페인 와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말고) 처음 들어가 본 성당 내부였고, 남미에서 질리게 봤던 성당들도 다 까먹어 가고 있었기에, 아아 그랬지 이렇게 생겼지..여긴 이게 있지...하며 오래간만에 즐겁게 돌아다녔음



그러다 갑자기 애기들 우르르 나와서 노래 불렀다. 생각보다 정말 좋았고, 아는 미사곡을 불러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나의 짬이 부족한 것이지 흑흑

그건 그렇고 저 제단 위쪽의 빨간옷 두 분은 마침 딱 검은 성모상을 보고 있을 때에ㅡ저곳에 검은 성모상이 있다ㅡ합창을 듣게 된 것이로구나.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까진 아니더라도 대단한 우연을 체험하셨군 ㅠㅅㅠ 부럽



그래서 다 보고 우리도 곧장 검은 마리아상 보러 가는 길

몬세라트 수도원의 마리아상은 영험하기로(?) 소문이 난 것인지라 전세계에서 찾아오느라고, 잘못 걸리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린다고 함. 다행히 비수기였기에 20분 정도 기다리다가 드디어 입장한다. 겨울 스페인 여행 외않헤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로케 예배당이 내려다보인다능. 합창단 공연이 끝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사람들 탓에 매우 고요했다.



저 공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다 들어주신다기에 손을 얹어 보았으나...사진만 찍고 아무것도 안 빌고 나옴

원래 나의 사진은 가리지 말자 주의이나 이건 유난히 턱이 n겹으로 나왔으므로 조치를 취해보도록 하자 쩝



그렇게 다 보고 나오려다가, 숨겨진(?) 작은 예배당이 있어 들어와보았다. 히든비치 못지 않은 짜릿함을 줌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여기서 조용히 먼지를 맞고 있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나오면서 입을 모아 몬세라트 중 여기가 가장 좋았다고 말함.



출구. 온갖 말로 나가라고 하고 있음



이제는 바르샤로 돌아갈 시간. 우선 몬세라트 아랫마을로 가는 산악열차를 타서 창밖을 멍하니 본다. 초록초록한 숲 사이에 빨간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것이 뭔가 전형적인 유럽 산악마을 느낌이네


유학듀오분들은 케이블카를ㅇ ㅖ매해 오셨기에 잠시 우리와 빠빠이하고, R5번 열차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R5번 열차 타는 승강장에 빠르게 도착. 마침 물병을 들고 있었기에 코카콜라 느낌으로 젊은이 갬성 사진도 찍어봄



역이 넘 예브구나 아까는 몰랐는데 말이야^~^


그렇게 R5번 차에 성공적으로 탑승하여 에스파냐 광장으로 돌아간다! 투비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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