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 : 이네 후나야
계속해서 2017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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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초는 그야말로 교토 부 북쪽의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동네. 교토에서 오면 왕복 6시간, 오사카에서 오면 왕복 8시간이 되는 머나먼 곳이다)
이네에 도착한 시간은 3시 10분쯤 되었으려나
날씨는 오전보다 더 흐려져 있었고, 멍하니 요금을 내고 버스에서 내리자 찬 바람이 우수수수수 불어오는 곳이었다. 내리자마자 아마노하시다테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부터 확인하고 (자비 없는 배차 간격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1시간이었다), 우선은 마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보기로 함.
곧바로 나타나 준 이네의 후나야(舟屋)
베네치아의 집들처럼, 건물의 1층은 배를 정박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수상 가옥들이다.
머나먼 이네까지 굳이 온 건 사실 이 풍경 하나 때문이었다.
교토 여행 계획을 짤 때 어쩌다 호텔스닷컴에서 올린 '남들은 잘 모르는 교토 근교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을 봤는데 이네초가 나와 있었던 것. 그 사진 한 장에 반해서 내가 또 여기까지 왔네 핳ㅎ
와보니 실로 좋긴 하더라
왠지 꿈 같은 느낌....현실에 실제로는 이런 곳 없을 것 같은 느낌..... 눈 앞의 바닷물 색깔조차도 낯설었다.
그치만 갈매기똥 가득한 부둣가를 보니 현실 맞는 것 같기도 하구요
바로 이 뷰를 두고 일본의 할슈타트라고 하는 모양이다. 할슈타트에 가본 적은 없지만 당연히 할슈타트가 더 예쁘겠지.....(?)
굳이 그곳에 빗대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곳
좀 더 북쪽으로 걸어가서 이네초에 하나뿐이라는 (지금은 몇 개 더 생긴 것 같지만) 카페로 가보기로 한다.
건물 틈새마다 내버려진 잡동사니들이 가득했음
바닷물 색깔은 아무리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북쪽으로 올라와서 그런지 날도 꽤 추워져서 덜덜 떨면서 걸어다녀야 했다. 이제껏 먹은 거라곤 빵쪼가리 뿐이구나....하며 교토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동양정 함박스테이크를 죠지기로 한다.
일요일이라 더 그랬나. 사람 그림자조차 없던 골목
그래서 남의 집 구조물들 열심히 찍음
1인분 바다
하룻밤 머물면서 여기 저기 다녀보고 이런 저런 사진들 찍어 봤으면 더 좋았겠다.
시간을 꽤나 마음대로 쓸 수 있었던.. 4년 전의 남미 여행과 같은 여행을 또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줘 우사기짱..
바닷마을 우체통
원없이 바다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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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카페 말고도 밥집도 겸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잇츠 크리스마스 타임~~~~@@분위기라서 약간 당황하고야 만 나
성수기엔 제법 붐빌 것 같은 2층
왠지 바다를 좀 더 코앞에서 보고 싶었으므로 1층의 자리에 앉았다. 나는 무알콜인 아사히 제로로 주문
(왠지 자연스럽게 술을 시켰어....왜지....)
천국이 따로 없지만 버스 시간 때문에 20분만에 벌컥벌컥 마시고 여길 떠나야 해서 슬펐음
더 오래 앉아서 케잌도 먹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푸힝
그리고 여기서 한국인 커플분들 봐서 반가웠다
바다는 아무리 봐도 좋았고. 이 카페에서 파는 후나야 마스킹테이프가 너무 예쁜 탓에 하나 사고야 말았다.
다음번엔 더 길게 올게요
돌아가는 길
안돼!! 버스 놓치면 안도ㅐㅑㄹ 하는 와중에도 찍을 것들은 다 찍으면서 돌아간다.
블로그에서 본 많은 사람들이 이네초에서 1박을 한 이유가 있었어....이렇게 먼 동네까지 고생하며 왔는데 1시간만 보고 가는 건 뭔지 모르겠고ㅠㅠㅠㅠㅠㅠ
작고 별 것 아니지만 오래오래 보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 동네였음
스펙터클과 시네마틱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입 안에 맴돌았다. 후자에 가까웠던 이네초
조만간 꼭 캐리어 끌고 돌아와서 1박을 할게..
그러면서도 짐덩이를 끌고 그 좁은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달릴 걸 생각하니 아득해짐
아까의 그 부둣가도 지난다. 아기랑 할머니가 아빠한테 빠이빠이를 하고, 아버지가 배를 몰고 출발하는 광경을 봄.
마지막으로 한번 더 후나야들을 눈에 담고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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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에 올 가치가 충분했어!!! 차고 넘쳤어!!! ㅠㅅㅠ 하기엔 솔직히 말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일단 날씨도 흐렸고, 오기까지 너무 힘들었고, 머물 수 있는 시간도 터무니없이 짧아서 제대로 마을 구경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관광객처럼 여행하고 싶지 않다는 이상한 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굉장히 관광객처럼 여행해 버렸자나 'ㅅ'
그럼에도 이네초에 다녀온 건 후회하지 않는다. 이번 교토 여행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귀한 한 시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