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7 京都, 大阪

셋째날 : 교토 북부 가는 길

만만다린 2018. 1. 1. 15:47

 

2017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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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셋째날

오늘은 교토부 북쪽의 바다를 보러 가는 날이다. 일본 3대 절경이라는 아마노하시다테와, 일본의 할슈타트라는 이네초로 머나먼 길을 떠나야 했음.

 

교토역에서 9시 20분 JR하시다테 열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8시쯤 일찍 숙소를 나섰다.

 

 

오늘도 이 거리로 나온다

고미술품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나름 유명한 거리였던 모양이다. 외국인들이 보는 여행 책자에 소개될 것만 같은 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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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고 오늘의 첫 목적지는 산조 역의 시즈야(志津屋)라는 교토 로컬 빵집

대전의 성심당 느낌인가

 

 

드루가본다. 이땐 몰랐는데 시즈야는 정말 가는 곳마다 발에 채이게 있더라

점심 즈음엔 아마노하시다테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을 예정이고...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이곳에서 빵을 우르르 사가기로 한다.

 

 

제일 유명한 두 빵인 까루네와 비후카츠산도

 

 

왼쪽의 것은 흔한 메론빵이고, 오른쪽은 홋카이도 메론빵이라는 것이었다. 겉을 싸고 있는 껍데기가 너무 영롱한 색깔이라 홀린 듯 구매함

 

 

그렇게 묵직한 빵봉지와 함께 지하철을 타러 온 명예 교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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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교토 역 도착

내리자마자 빵봉지 무겁게 들고는 아침으로 먹을 에키벤을 사러 가는 푸드파이터...

 

 

소고기가 든 도시락들도 많았고, 솔직히 얘네가 제일 맛있어 보였지만 아침으로 먹기엔 호화스러울 정도로 값이 비쌌다

결국 구석에 있던 이나리즈시(유부초밥) 에키벤을 사서 기차를 타러 간다

 

 

교토역 오모테나시코지. 제법 유명한 맛집들이 몰려 있는지 아침부터 웨이팅 줄이 늘어선 곳들도 있었음.

 

 

맥도날드에서 아이스 코히 한 잔씩 사서 탑승

 

 

자유석이었지만 자리도 꽤 넓고 시설도 좋았다

 

 

배가 고프므로 앉자마자 아침밥 파워개봉. 뭔가 후시미 이나리 신사 컨셉의 벤또였던 것 같다? 패키지 예쁘게 잘 만든 것 같네요

 

 

안에는 요로케 이나리즈시가 다섯개 예쁘게 나란히 들어 있구

 

 

맛은 이러하다고 하는데 너무 궁금해서 하나씩 다 찾아봄

 

1. 고지 & 참깨

2. 연근과 고추의 일종(?)

3. 겨자씨 열매, 표고버섯, 박고지

4. 위에 써 있는 건 뭔지 잘 모르겠고ㅠㅠ 암튼 와사비 맛이었음

5. 2번과 같은 종류

 

후.... 힘든 검색이었다....

무튼 한국에서 먹는 일반적인 유부초밥과는 다른 신선한 맛이었음. 식재료가 이질적이라 그랬나보다.

 

 

문제의 20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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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파티 주의)

이번엔 어쩌다 보니 늘 환전을 하던 공항 ATM을 이용하지 못했고, 대신 회사 근처 신한은행에서 엔화를 직접 수령했는데... 받아 보니 2000엔짜리가 잔뜩 있었다. 그동안 해 온 일본 여행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2000엔을 본 기억이 없어서 좀 의아했지만, 뭐 그 사이에 신권이 나왔나보지 하며 쿨하게 지나침. 

 

그런데 이번 여행 내내 2000엔을 낼 때마다 일본 사람들이 자꾸만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ㅋㅋㅋㅋㅋ ㅠ 사실 일본어도 제대로 못 하는 내가 외국인들 반응을 얼마나 잘 캐치하겠냐~ 하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급기야 이날 오전 이나리즈시를 산 벤또 매장에서는 내가 파워 당당하게 2000엔을 내자 점원이 순간 '......' 하고 약 5초 간 벙쪘고, 옆의 다른 점원이 '니센엔 *(#&!%!...' 하자 그제서야 돈을 거슬러 주는 걸 목격함. 

 

알고 보니 2천엔은 2000년도 기념 주화로 발행 및 유통이 시작되었지만, 활용도가 매우 낮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불쌍한 존재감의 지폐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 없으며... 행운의 상징 2달러 비슷한 것으로 취급받는다고 한다. 아닠ㅋㅋㅋㅋㅋㅋ 그런 귀한 돈이 왜 신한은행 서여의도지점 영업소에 잔뜩 쌓여있었던 것인지? 암튼 이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왠지 2000엔을 함부로 쓸 수 없었기에,, 남은 2000엔은 트래블러스 노트 지퍼백에 고이 보관하기에 이른다. 언젠간 내게 행운을 가져다 주길 바랄게ㅠ

 

 

창밖은 늦가을 같은 한겨울

 

 

가는 길엔 오즈 야스지로의 산문집을 계속 읽었다

당연한 얘기긴 하지만 그는 정말 옛날 사람이군요 (ㅋㅋㅋㅋㅋㅋ예.. 옛날 사람이니까요) 영화로 접했던 느낌과는 너무 달라서 신기했달까

 

 

아라시야마 근처를 지나는 길. 풍경이 그림이잖아요 ㅠ ㅠ

전전날 아라시야마에서 봤던 그 기찻길을 아마 이 기차가 지나고 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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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후쿠치야마까지 왔다

 

 

교토역에서 출발하는 JR하시다테 특급은 시간대에 따라ㅡ어떤 열차는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직통으로 가고, 또 어떤 열차는 이곳에서 단고 열차로 환승을 해야 했다. 남의 블로그에서 본 단고 열차가 뭐랄까... 작고 예쁘고 오래 된 테마열차의 느낌이라 타보고 싶기도 했다. 여행에서는 시간이 금이기 때문에 빠르고 편한 직통을 택하긴 했지만 조금은 아쉬웠음.

 

 

계속계속 교토부 북쪽으로 가는 길

 

 

 

작은 마을들을 끊임없이 지나쳐 가는 게 좋았다. 기차 여행의 매력

스페인에서 작년에 렌페 타고 다닐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작은 마을들이 어찌나 예뻐 보였던지 그때의 기억들도 새록새록 나고

 

*

그렇게 한시간 반 정도를 달려 아마노하시다테 역에 도착

 

 

내리자마자 단고열차를 부러움 넘치는 시선으로 한 번 바라봐주고....

 

 

반대편의 출구로 이동한다. 요우코소가 웰컴이구나 ~_~

(요즘 일본어 인강 열심히 듣고 있는 학습자 김귤희는 교토에 다녀와 시시콜콜한 일본어들을 전부 궁금해하고 있다...)

 

 

식당칸이 있는 열차도 있었음. 하아 넘 타보고 싶다

 

 

스탐뿌 없으면 허전한 일본의 제이아루 역

 

 

안내 책자까지 알뜰히 챙겨서 밖으로 나와 보았다. 역시 내수용(?) 관광지답게 안내 책자부터 지도까지 매우 잘 되어 있었군

이제는 쿄토 바이 더 씨를 감상하러 갈 시간~~투비컨티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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