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 바르셀로나 IN
2016. 12. 12
시차 때문에 잠을 잘 못 자지 않을까 싶었지만, 비행기에서 턱없이 덜 잔(?) 덕분인지. 여기가 서울 내 방인지 로마의 호텔인지 모르게 푹 잘 수 있었다. 쓰고 보니 후자가 더 편한 것 같은 게 함정이네 ;ㅁ;
무튼 오늘은 본격적인 스페인 여행의 시작을 위해 바르셀로나로 건너가는 날. 새벽 6시에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해도 뜨기 전 캄캄한 시간부터 낑낑대며 캐리어를 끌고, 곤히 잠든 홈리스 분들을 지나쳐 떼르미니 역으로 갔다. 예상대로 수많은 회사들의 공항버스들이 줄지어 있었고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헬게이트를 이루고 있었으며ㅡ 여기저기 물어봐도 영어 하는 사람 없음. 일단 아무 곳이나 줄을 서서 스페인어나 써봐야지 했는데 다행히 알아듣고 표를 주셨다 (?) 여기 어디죠 (?) 그렇게 김귤희는 뜻밖의 현매에 성공할 수 있었다.
(로마에선 괜히 공항버스를 예약해 봤자 타지도 못한단 후기 글을 많이 봤는데....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새벽의 떼르미니 공항버스 정류장은 법규 따윈 없을 것 같은 분위기임. 다음에 이탈리아 여행을 오면 정신건강을 위해 그냥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비싼 돈 주고 타겠다 ㅡㅡ)
간신히 출발 2시간 전에 도착한 로마 공항. 버스 타고 오는 그새 동이 텄다.
공항 너무 조와....
Departure 전광판도 너무 사랑입니다....<3
그리고 두근두근 체크인 시간이 다가왔다. 한국에서 받아온 면세 화장품들 뺏길까봐 간밤에 열심히 포장 뜯고 파우치에 나눠담았는데, 막상 공항 도착해서 짐검사 하는 카운터 가 보니까 지퍼백 걍 공짜로 주더라. 에잉
그렇게 무사히 액체류를 바르셀로나까지 기내반입으로 운반할 수 있었다. 기쁨에 겨워 곧장 아침을 먹으러 옴.
게이트 근처의 아무 카페나 가서 아무 마르게리따 피자와 아무 카페 콘 레체를 시켰는데 충격적인 맛이었다. 물론 맛있어서....저 그냥 여기 살면 안될까요....? ㅠㅠㅠㅠㅠㅠㅠ 인스턴트가 이 정도인데 그날 그날 신선한 토마토와 치즈로 만드는 마르게리따가 얼마나 맛있을지 나는 감히 짐작도 못 하겠다.
그렇게 원데이 언젠간 로마에 꼭 돌아와, 레스토랑의 야외 좌석에서 밤바람 맞으며 마르게리따를 먹기로 결심하고. 내 생애 첫 유럽 도시를 13시간 만에 마무리하였다.
두 번째 알이탈리아 탑승. 먹을걸 줬나 안줬나 기억이 잘 안 나는 걸 보니 아마 자리에 앉자마자 꿀잠을 잤던 게 아닐까
그렇게 순식간에 바르셀로나에 도착. 아 저게 바르셀로나의 색깔이군요
이날 만난 연언니는 암스테르담에서 경유를 하고 바르셀로나로 왔는데, 오는 길에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봤다고 한다. 아 정말, 만약 북쪽에서부터 도심을 가로질러 공항에 왔다면 그게 보였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비행기는 항구에 바짝 붙어 날았다.
도착해서 입국심사 받고 짐 찾으러 나오는 길. 넘나 모든 것이 얼떨떨하고 이미 공항부터 자라니 망고니 다 있어서 놀랐다. 아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자라의 나라입니까....? 8ㅅ8
그리고 바셀에선 그야말로 '도착하자마자' 동행을 만나게 되었다. 공항버스를 타서 짐칸에 짐을 실으려 하는데 어제부터 먹은 건 빵쪼가리밖에 없었고 3주치 물건들이 든 캐리어는 너무나 묵직하고....맨 밑 짐칸은 다 차버림. 홀로 낑낑대고 있으니 누군가 상냥한 목소리로 '도와드릴까요?' 라며 짐을 들어주시는 것이었다. 앗 한국분 그것도 친철한 여자분이라니 저는 금새 무장해제가 되었구요.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같은 숙소에 묵으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이버 블로그에서 유명한 호스텔로 예약한 보람이 이렇게 돌아오네. 그렇게 밝고 착하고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연언니를 만나게 되어따.
도착한 까딸루냐 광장
비오는 로마와는 달리 화창한 바르셀로나 날씨가 매우 당황스러웠고 입고 온 양털 점퍼는 이렇게 곧바로 지퍼백에 들어갈 운명에 처하였다. 그리고 이 사진 찍다가 공항버스에 치일 뻔 한거 실화냐......언니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여행자보험 들고 온 보람 제대로 느낄 뻔 했다.
작고 별 볼일 없는 광장이었지만 앞으로 약 5일 간 나의 베이스 캠프가 될 곳
그렇게 언니와 캐리어를 질질 끌고 우리의 숙소 세인트 크리스토퍼 인으로 향하는데.....어쩐지 우리 둘 다 엄청나게 헤매고 있었다. 괘.....괜찮을까.......오자마자 땀 한 바가지 흘리고 무사히 체크인 완료. 곧바로 겉옷 체인지 티셔츠 체인지 신발 체인지 후 밖으로 나왔다.
다시 봐도 쇼킹할 정도로 좋은 위치
언니도 나도 유심칩을 사는 것이 먼저였으므로 보다폰 오렌지 둘 중 한 놈만 걸려라....느낌으로 람블라스 거리를 헤매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오렌지 통신사 매장에서 유심칩 삼. 직원 분이 넘나 친절하게 유심칩 바꾸는 것까지 도와주셔서 감동하였다.
목적을 달성하고 평안한 맘으로 돌아나오는 길
카탈루냐 광장부터 바르셀로네타 해변까지 일자로 쭈욱 뻗어 있는 람블라스 거리엔 여행자와 거주자 모두에게 필요한 모든 매장들이 가득하고, 좌우 골목마다 볼거리가 끊이질 않으며, 그 명성만큼이나 소매치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실제로 내가 첫날 람블라스 거리에서 본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어떤 남자가 여성용 핸드백을 들고 전속질주하는 광경이었음.....9ㅅ9 엄마 나 무서워.......가방을 꼭 부여잡고 골목 골목 구경을 시자쿠.
먼저 이름 모를 극장을 지나 보케리아 시장으로 간다
워낙 사람이 많고 복작거려서 도저히 찾지 못하는 게 불가능했던 보케리아 시장. 시장 마크가 이렇게 예쁠 일이냐
오기 전 블로그나 인스타에서 본 온갖 예쁜 사진은 다 보케리아 시장이였으므로 기대를 품고 입장한당!
그리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컬러풀함....ㅠㅅㅠ
크리스마스 시즌에 스페인에 온 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늘 속으로 되뇌이며 다녔는데, 곳곳에 있는 포인세티아와 밤거리의 일루미네이션에 이어 세 번째 포인트가 바로바로바로 귀여운 크리스마스 느낌의 볼거리들이었음. 맛을 떠나 이 정도면 아까워서 못 먹을 것 같다....
견과류도 구경구경
과일쥬스도 구경구경. 보케리아 시장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 시장을 가나 과일쥬스는 사랑입니다.
바닷가 근처라 그런지 해산물도 가득이다. 새삼 내가 얼마나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지 그동안 잊고 있었네.
그리고 스페인 와서.....아니 인생에서 처음으로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리얼 하몽을 보았다
꿀도 팔고 그야말로 없는 게 없습죠. 잘 만들어진 선물 포장 같은 관광객용 전통시장이긴 하지만 눈요기 하기엔 최고였다.
등미가 보케리아 시장에 가게 되면 꼭 맨 안쪽에 가서 과일주스를 사 먹으라고....안으로 들어갈수록 가격이 싸진다고 했던 걸 기억하며. 구석구석까지 갔지만 의외로 정찰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어차피 관광객도 없는 겨울이라 그랬는지 8ㅅ8
무튼 언니와 과일쥬스 하나씩 사서 밖으로 나옴. 한 컵당 1.5유로
딸기 코코넛 맛이었던 것 같은데 불행히도 이 사진 찍고 줄줄 다 쏟아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위에 얼음이 녹아서 내 검정 후드집업을 따라 사정없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그거 닦으려다가 컵 기울어져서 더 쏟음........연언니가 영수증 빌려줘서 그걸로 닦았다ㅋㅋㅋㅋㅋ 이날 언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진즉에 버스에 치여 객사하거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딸기주스를 뒤집어 썼을 테니 그야말로 생명의 은인이었네. 언니 보구싶당.
극장이 많은 람블라스 거리....! 이것은 리세우 극장으로 근처에 같은 이름의 지하철역이 있기도.
담엔 어딜 가지 하다가 우연히 구엘 궁전으로 가는 표지판을 보고 들러보기로 한당.
기념품 가게도 깨알같이 구경해줘야 합죠
도착! 어째서 이런 곳에 떡하니 가우디가 지은 건물이 있다니......사스가 바르셀로나........가우디의 나라에 어서와....
오기 전 봤던 가우디 다큐멘터리에서 구엘 궁전에 대해 엄청 자세히 설명을 해 줬었는데. 그걸 안 봤으면 이게 가우디가 지은 것인 줄도 몰랐을 것 같다.
건축학과를 나온 연언니는 구경하는 내내 아주 즐거워 보였음
정교한 철문 무늬. 밖에서는 도저히 안을 들여다 볼래야 볼 수 없는데, 일부러 그렇게 설계했다고 한다.
가우디의 첫 번째 대형 작품이었다는데 확실히 세련된 느낌은 덜한 것 같지만 생동감이 넘쳐서 건축알못인 제가 보기에도 넘나 멋졌다는 것.
다만 휴관일이라 안에 들어가보지 못했다는 것. 카사 밀라 못지 않게 환상적이라는 옥상도 보지 못했다는 것 ㅠㅅㅠ
희미하게 보이는 저 초록색 굴뚝으로 위안을 삼자
구엘 궁전 안쪽의 거리. '라발 지구'라는, 이민자들이 많이 살아 밤에는 치안이 좋지 않다는 동네다. 정말 관광객 하나 없이 조용한 동네였음.
그래피티와 낙서, 노랑 테이프, 현지 음식점이 가득가득
이제 길을 건너 반대쪽의 레알 광장으로 간당
가다가 또 기념품 가게에 정신이 팔려따 이 말입니다
25년 살면서 스노우볼에 관심 가진 적 단 한시간도 없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이걸 보고 그만 빠져들고 말았다. 아니 사진으로 다시 보니 뭐 그렇게 예쁜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뒤로 스노우볼을 기념품 가게에서 볼 때마다 끊임없이 내적 갈등을 하곤 했다.
레알 광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은 가우디가 만든 가로등으로 유명하답니다. 신기한 투구 모양의 장식.
야자수와 큰 분수까지 그야말로 이국적인 공간이었다.
24/7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날씨가 정말 좋았다. 겨울이라 시들해진 야쟈수도 이런 하늘 아래에서는 그저 파릇하게 빛날 수밖에요 ㅠㅠ
광장 둘레에는 어딜 가나 그렇듯 여행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어리스트 식당들이 즐비했다.
오잉 어째서 가리발디 광장이 써 있는 걸까 했는데 자매 도시랄까 그런 것 같다. 자매 광장도 있나 (혼란)
엄마에게 연락하기 위해 보조배터리와 사투를 벌이는 김귤희 사진으로 레알 광장 마무리
투어리스트 식당에서 투어리스트들이 식사하는 걸 보니 급격하게 배가 고파졌기에 우리도 점심을 먹으러 갔당. 여행 오기 전에 엑셀로 계획표 짜면서 무슨 속셈이었는지 맛집 시트를 따로 만들어 도시마다 10-20개 정도의 식당을 뽑아 놨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 그 중 하나인 La Fonda에 방문.
생각보다 매우 고오급스러운 느낌의 식당이었고 들어가자마자 언니와 탄성
일단 상그리아부터 시켜놓고 생각하도록 하자
뒤이어 메누 델 디아를 두개 시키고 각자 요리를 골랐는데 진심....스페인어 식재료 이름 왜 이렇게 하나도 모르겠고.....나는 남미에 어떻게 다녀왔으며 인생은 도대체 뭘까요 9ㅅ9
먼저 나온 요리. 사실 감바스 어쩌구 저쩌구가 있어서 fideo라고 쓰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면 몇 가닥에 통통한 새우가 나오겠지 ^*^' 하고 시켰었는데, 정확히 그 반대로 '통통하고 많은 면발'과 '형체를 찾아볼 수 없는 새우'가 나옴. 새우맛 소스였나 보다......물론 존맛이어서 다 먹었답니다.
요리2. 떡갈비 느낌의 고기와 삶은 감자 그리고 절인 토마토. 위의 소스가 짭짤 달콤한 것이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후식은 여행자에게 참 좋은(....) 요거트와 망고로.
배도 채웠으니 본격 바르셀로네타로 가보아야지 투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