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날 : 롯폰기 모리미술관
계속해서 2016년 8월 22일
다음 행선지는 롯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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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지나가는 동네들만큼이나 럭셔리한(도쿄 남부의 부촌들을 몽땅 알차게 지난다고 한다) 히비야선을 타고 롯폰기에 도착하니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잦아들기는커녕 강도가 무자비하게 올라가는 걸 보니 아아...태풍이 진짜 왔구나.....반가워...요로시꾸....
비도 비지만 바람이 리얼 크레이지
ㅁ웃ㅇ산을 제대로 ㄷ르슈 없ㅅㅎㅅ머ㅓㅏㅁ 살려주시떼
원래 가려고 했던 스벅을 찾다가 그 전에 뒤져버릴 것 같았기에, 종종 눈에 보이던 일본의 커피 체인점인 Tully's Coffee에 갔다.
비를 피해 흘러들어온 나같은 사람들이 많더라. 아이스 코히 주세여...하고 가여운 몰골로 2층으로 총총 올라갔다.
일본은 어딜 가나 창가에 1인용 좌석이 쭈루룩 있어 참 좋다
늘 반대 상황에 처해보기 전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건물 안이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었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뭉클)
그렇게 편안히 인터넷 서핑을 하며 저녁메뉴를 결정했다. 아사쿠사로 8시까지는 돌아가서 아오이마루신이 문을 닫기 전에 까만 간장소스 텐동을 먹는 것!을 목표로 삼고
마저 창밖을 본다. 이것이 섬나라의 태풍. 진짜 비 엄청 오고 바람 엄청 불더라...
사람들 우산 뒤집히는 걸 유유히 감상하다가(?) 한 시간 반을 흘려보내고 모리타워로 출발한다.
짜잔 이것이 바로 모리타워 및 롯폰기 힐즈 되시겠다
알고보니 내가 있던 카페 바로 옆에 있었음. 이렇게 역에서 바로 나오자마자 있다니
어쩌면 관광객들이 알게 되는 롯폰기는 그리 넓은 동네가 아닐지 모르겠다.... 무튼 입장해보자
도라에몽 야외 전시랄까 그런 걸 하고 있었기에, 역에부터 이렇게 귀여운 것들이 천장에 뙇 붙어있음
몬가 일본의 고층건물들 외양은 대단히 심플한 듯
이거시 바로 도라에몽 야외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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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준으로,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도 왔다고 했던 것 같은데 보나마나 사람이 많겟지 하며 부러 찾아가지는 않았음.
그치만 내 발로 가기 싫은 것일 뿐 도라에몽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그런 건 없다구ㅠㅠㅠ
너 도라에몽 이새기 이거 뭔가 약 한사발 한 표정인데
자기들끼리 비 맞으면서 서 있는게 안쓰럽고 귀엽고 그래서 왠지 한참을 구경
한때 리움에도 있던 마망도 발견쓰. 미술 교과서에서만 보고 실물로는 본 적이 없었기에 감회가 남달랐음
맘에 드는 사진
계속 보고 있으니 뭐랄까 좀 무섭고 비밀의 방 문 열린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도라에몽 친구들 한번 눈에 담아주고 모리타워 안으로 들어간다.
입장함니다
비는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이네여 이젠 체념해씁니다;;
슝슝
52층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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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술관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이다. 다 제치고 여기는 무조건 가야지 했던 이유는 바로 그 '높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때 하고 있던 전시는 '우주'에 관한 전시인 <The Universe And Art>, 이보다 더 적절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입장권 사면서 학생증 할인까지 받음. 나는 원래 모리타워랑 미술관 입장 티켓이 하나인 줄 알았는데 매표소로 가니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게 아니겠냐. 엊그제 들어온 인턴 월급을 빠른 속도로 탕진하고 있었으므로 짐짓 당황하여 어버버하고 있자니, 매표소 언니가 '학생증 있으면 할인해 줄게!' 하며 천사처럼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옳다구나 하며 냉큼 모바일 학생증을 내밀었다. 500엔 할인이면 제법 쏠쏠하잖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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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1전시실은 각 문명권에서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 시각과 관점을 담고 있는 사물이나 서적 혹은 예술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었다. 첫째로 내용이 무척 좋았고 구성과 작품이 다채로웠으며. 둘째로 만다라를 눈앞에서 원없이 볼 수 있어 좋았다 흑흑..... 천체망원경을 실물로 봤던 것도 인상적이었고.
2와 3전시실에도 뭔가 진보나 위험 등의 키워드로 알찬 작품들이 이어졌다. 글구 외국인들이 많이 있어서 신기했당.. 우에노에서도 외국인을 많이 봐서 좀 놀랐었는데 일본의 미술관이란 다 그런 것일까
그리고 이곳 4전시실에서는 거의 모든 작품의 사진촬영이 가능하여 조아따
기록용으로 많이많이 찍어 왔다는 얘기
생명의 나무 생각나네
제목이 조아서 찍어봄
이렇게 나의 빈곤한 제2외국어와 덜 빈곤한 제1외국어가 나란히 붙어있는 걸 보니.. 멕시코 미술관에서 힘겹게 스페인어 해독하던 생각이 나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일본어는 해독은 커녕 그림만도 못한 존재임
조은 기록용 사진들이다! 이 전시 한국에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안 들어왔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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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작품은 요즘 많이 보이는....이런 걸 뭐라 부르지....암실에 가둬놓고(?) 비쥬얼 아트를 틀어 주는 것인데
핵조았음. 말 그대로 황홀경
상영 끝나고도 나가기 싫어서 한 텀 더 봤다ㅠ 음악도 넘 좋았음
기록을 위해 제목 찍어ㅗㅁ..
그리고 나오자마자 굿즈샵에서 행성 갓챠 보고 충격에 빠짐
500엔 넣고 하나 뽑아올걸 나는 뭣에 쓰자고 500엔을 아꼈을까?
(라고 하기엔 마지막 날에 엔화가 모자라서 꼼짝 못하고 스타벅스에 갇혀있었음 하핫; 이건 선견지명이었을까)
내한해주세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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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피했던 미술관 감상을 마치고 야경 보러 간다 투비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