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6 東京, 横浜, 江島

둘째날 : 우에노 공원은 여름날

만만다린 2017. 9. 23. 19:34

 

2016년 8월 19일

 

 

분카 호스텔에서 도쿄의 첫 밤을 보내고, 둘째날의 아침이 밝았다 'ㅅ'

 

*

이 호스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도미토리인지 캡슐호텔인지 모를 정도로 폐쇄적인 침대 공간이다. 사진을 찍어온 것이 없어 아쉽네. 무튼 덕분에 푹 잘 수 있었고. 샤워 시설이나 비치되어 있는 바디워시, 샴푸 등도 호텔 뺨 후려치게 좋았다. 아직까지도 종종 생각나는 깔끔함과 포근함. 남미의 너전한 도미토리만 생각하고 있던 내게, 일본에서의 첫 도미토리는 어마어마하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물론 가끔은 전자가 더 그립기도 해..

 

무튼 호스텔 시설이 넘모넘모 좋았으므로. 10시가 다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답니다 (?)

첫 행선지는 그 유명한 우에노 공원이다.

 

 

패밀리마트에 들러 이로하스 모모워터를 사보았읍니다.

편의점 털기는 사실상 일본 여행의 필수 코스라 할 수 있겠지만, 돈 없는 취준생 신분이었기에 기대만큼 많이 털진 못했다. 과자 같은 것들은 생각보다 끌리는 게 없었기에 굳이 사먹지도 않았고. 다만 편의점 음료수와 빵들은 매우매우 맛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요 이로하스 모모로 말할 것 같으면 여름에 일본 길바닥에서 2시간 이상 걸을 것 같으면 무조건 사라....두병 사서 걸어라....

이프로에서 나는 허접한 '복숭아 맛'이 아닌 진짜 '복숭아'를 꾹꾹 눌러 나온 즙을 넣은것만 같은 맛이었달까. 먹고 넘 기분 좋아서 말처럼 달리며 지하철역까지 감. 언제 또 먹어보지.....쟁여올걸.....

 

 

짜잔 오늘은 긴자선을 타본다

 

숙소 시설에 이어 위치 찬양을 하자면, 아사쿠사 역 교통 생각보다 괜찮다!ㅁ! 아사쿠사선과 긴자선 이 두 개만 지나가는데도 웬만한 곳은 다 1-2번 환승으로 갈 수 있었다. 나리타 공항이랑 가까운 것도 엄청난 메리트였다 (물론 신주쿠 가는건 좀 빡세지만 난 갈 일이 그닥 없었으므로

특히 갓_긴자선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도쿄의 핵심 역(驛)들을 깨알같이 들려주시는 알짜배기 노선이다. 애용할 수밖에ㅠㅠ 사랑해요 긴자선 다이스키 긴자선!

 

 

남이 찍어준 것처럼 나오고 싶었으나...(애잔)

 

 

스크린 도-아 따위 없었던 도쿄의 지하철들. 민영인 JR선에 가보니까 거긴 있더라

 

멍하니  지하철 기다리고 있는데ㅡ  인턴 월급 들어왔다고 동기들에게 카톡이 와서 죽다 살아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이때부터 프로소비러 김귤희는 미친듯이 농협카드를 긁어대기 시작하는데......

 

*

오전 10시의 도쿄 지하철은 서울만큼이나 한산했다. 이 시간에 출근하는 한량은 거기나 여기나 별로 없나 보다.

내부는 서울 메트로보다 더 협소하고 낡았지만, 왠지 타고 있는 내내 동체의 움직임이 몸에 그대로 느껴져서 좋았다. 이거시 일본 지하철의 매력인가....더 타고 싶었지만 아쉽게 세 정거장만에 우에노 역에 도착해버렸다.

 

 

워 혼잡하기도 해라

실제로 도착하자마자 출구를 찾아 헤매다 아무거나 골라서 나옴. 이럴거면 왜 굳이 헤매는 거지...

 

 

물론 내가 댕청해서 헤매는 것도 있었지만

우에노 역은 도쿄에서 도후쿠 지방으로 가는 관문이기에 JR, JR야마노테선, 히비야선, 긴자선 등 수많은 노선들이 통과하는 복잡한 곳이라고 한다. 아시아 최대 던젼으로 불리는 신주쿠 역에는 못 미치겠지만...여기도 나름 미니 던젼 같은 곳이라구....
(찾아보니 6개 이상의 노선이 우에노를 지난다고 한다 히이익 9ㅅ9)

 

그건 그렇고 이런 깡패같은 파란색의 하늘이라니. 물론 후보정 안 한 건 아니지만 원본과 큰 차이가 없었답니다.

 

 

근처의 아메야요코 거리를 지나 이곳에 온 목적인 우에노코엔으로 간다

 

 

역과 이어져 있는 백화점 atre

 

 

에프엑스 노래 가사마냥,, 땀 흘리는 외국인이 될 수밖에 없는 쨍쨍한 여름 날씨였다. 하늘만큼은 또 완연한 가을이어서 저는 매우 혼란스러웠답니다.

사진의 언니가 나와 같은 처지인 듯 하여 (=땀 흘리며 우에노 공원을 찾아 헤매이는 외쿡인) 굉장한 동질감을 느꼈는데....하아....

 

*

(사족)

사계절이라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내가 처음으로 뒤통수를 맞았던 건 멕시코에서였다. 9월이 되어도 10월이 되어도 좀처럼 서늘해지지 않는 날씨, 여름의 하늘 색은 조금 탁해야 한다는 내 나라의 불문율을 사정없이 깨어버리는 파아란 하늘. 그렇게 내내 덥게 지내다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겠지 생각했지만, 11월이 되자 맨다리에 와 감기는 바람이 많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어.... 나는 왜 이 땅에 가을이란 게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 아니 애초에 이걸 가을이라 불러도 되는걸까. 스페인어로 분명 Primavera, verano, otoño, invierno 네 개의 계절을 부르는 이름이 있지만 멕시코에서도 이 단어들은 통용되는 걸까. 대신 '찬 공기' '조금 덜 찬 공기' '감기 걸리기 딱 좋은 공기' '따스한 공기' 따위로 불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계절은 스페인어로 estación. '역'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멕시코의 역간 거리는 스페인의 그것과 좀 많이 달랐던 것이 아닐까.


이맘때 도쿄가 품고 있던 계절도 10-11월의 멕시코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더웠다가, 건조했다가, 비가 퍼부었다가, 하늘도 파랬다가, 잔뜩 흐려졌다가, 이내 습해지고 마는 날씨처럼. '계절의 속성은 사라짐'이라는 노랫말도 있는데. 이때 도쿄의 여름은 천천히 아주 조금씩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었던 것일지 모르겠다.

 

 

잡생각들을 하며 걷다 보니 도쿄 문화회관에 도착했다. 우에노 코엔에 거의 다 왔다는 말쑴

 

 

옆의 길로 들어서본다.

 

 

크 여름날의 공원, 그것도 한낮의 햇살이 내리쬐는 공원은 늘 옳습니다 다만 힘들 뿐 ㅠ

 

일본의 공원에 도착해버린 이상 5년 전 오사카의 텐노지 공원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도 거기처럼 미술관도 있고, 동물원도 있고, 분수도 있고, 비둘기도 있고, 아가들도 있고, 노숙자도 있기 때문이다. 남미에서의 나는 아따까마의 까떼드랄을 보며 일주일 전 라파즈에서 본 성당을 떠올리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조금은 긴 시간이야말로 대상과 대상, 생각과 생각을 이어주는 가장 좋은 매개가 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제가 우에노 공원에 온 목적은 오로지 미술관 탐방....

 

최소 2개 전시는 보려 했지만 금전적 여유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던 탓에 (이게 다 유심카드 비싸게 산 것과 무민카페에서 돈 펑펑 쓴 것 때문....)

미술관에만 2-3만원씩 돈을 부을 수 없었고. 딱 한 개만 보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일단 서양미술관에서 하는 메케넴 전(展) 앞을 기웃거려 본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독일 판화,,,,호에엥,,,

 

 

국립서양미술관은 공원의 가장 입구에 있었다

수많은 박물관 & 미술관으로 가득한 우에노코엔에서 가장 먼저 마주칠 수 있는 건물이다.

 

 

내부. 여름의 정원이 뿜어내는 저 연두색 빛깔이 너무 좋고

 

 

'서양 미술관'답게 조각들이 매우 많았다

 

 

플라토 미술관에 있는 지옥의 문이 이 곳에도...! (몰랐음) (몰랐어서 더 놀람)

 

 

일본의 우산꽂이. 아주 신비하다
 

 

신비한건 더 크게

 

 

그렇게 부질없이 서양미술관 외부만 좀 구경하다가, 좀 더 안쪽의 도쿄도 미술관에 가보기로 한다

퐁피두센터 전을 하고 있다길래 왠지 그거시 더 땡기었달까

 

 

가는 길에 주변 둘러보며 호로록 공원 산책하기~~~이거시 무엇인가 했는데, 2020년에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구나

 

 

걷다 보니 나온 도쿄 국립 박물관

도쿄도 미술관에 가려면 한참을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고, 그러다 보니 이런 구경 저런 구경 자연스레 하게 되었고

 

 

스벅도 지나친다. 샌드위치 내용물 좀 봐 우엥,, 열일하는 일본 스타벅스...

 

 

위치는 요기

 

 

건물 엄청 예쁘니까 간 사람들 꼭 들리십쇼..

 

테라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이날따라 유난히 부러웠는데, 어쩐지 여행만 오면 여기 저기 밥도 제때 안 먹고 일개미처럼 돌아다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날씨가 너무 좋아서였을까

 

 

이렇게 공원을 걷는 것만으로 큰 기쁨을 느끼다니. 당시의 인턴 생활이 나를 얼마나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전환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었습니다 'ㅅ'

 

 

그리고 조금 더 걸으니 우에노 동물원

 

 

바로 맞은편엔 도쿄 도 미술관

 

 

퐁피두 센터전 말고 다른 것들도 많이 하고 있었음

 

 

~토쿄 메트로폴리탄 아트 뮤지엄~

 

 

검소한 외관과 전시의 내용이나 규모 등등이 서울시립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헤엥 신기해 근데 머리 왤케 거지꼴인것

매표소에서 학생 할인을 받으려다가 거절당하고 (왠지 나와 영어로 대화하기 싫으셔서 그냥 no라고 하신 것 같다 흑흑) 겨우 입장한다

 

 

*

퐁피두전 사진은 없다 사진 못 찍게 했기 때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닥 인상 깊은 전시는 아니었음. 서울로 돌아온 지금 차분히 생각해 보니 작품들 하나하나는 좋았는데, 그때의 나는 왜 별로라고 생각했을까. 땡볕에 공원을 빙빙 도느라 가방도 무거워지고 다리도 아프고 뭐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님 뫄뫄미술관 展 이런걸 애초에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를 일

 

다만 좋았던 게 하나 있는데 1945년 섹션의 텅 빈 흰색 벽, 그리고 머리 위에서 울려퍼지던 에디뜨 피아프의 라비앙 로즈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반박이 불가한 그 해의 아이콘😇

 

 

오구 기여웡 기여운 친구들이 지친 나를 반겨주어 다시 힘이 나네

 

 

기념품 가게에도 자연스레 들러본다. 아니 그래서 도대체 판다는 것이 그린 커리....일본 당신에게 커리란 도대체 무엇이냐

엽서나 몇 장 사서 밖으로 나와본다

 

 

그런데 갑자기 비옴. 맑은 날씨에 비 퍼붓기 있냐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가 (우산 없었음) 뒤늦게 아 티켓도 찍어야지 하면서 찰칵찰칵

전시 포스터랑 저 퐁피두 글씨 너무 예쁘다 잘 만들었다 박수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이고, 전날 도미토리 침대에 누워 급하게 찾아본 우에노 공원에 대한 정보는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동조궁을 보고 떠나기로 함

 

 

동물원 옆 놀이공원

 

 

그리고 미술관 옆 동물원

 

 

입구. 왠지 관악산 등반로 입구 같은 느낌이 들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왜냐면 안엔 이렇게 멋진 탑이 있으니까 8ㅅ8

 

 

 

탑의 정체는 바로 이것

동물원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쭉쭉 가다 보면 황금빛 동조궁 앞에 도달합니다.

 

 

 

무려 1651년에 지어졌다고 하네 뚜이잉

왼쪽의 셀피스틱 언니가 넘나 자유롭고 행복해 보여서 역시 여행이란 조은 것이다 하고 다시금 되뇌어 보았다.

 

 

 

이곳에도 오미쿠지 묶어놓는 곳이. . 신사란 오가는 사람들의 소원과 누군가의 불운이 한데 묶여 있는 곳일까

 

 

시간은 어느덧 오후 2시였고, 아까 퐁피두전 다 보고 주저앉아 쉬다가 폰으로 본 돈카츠 집에 가 보기로 한다 ~ㅅ~

돼지런한 발걸음으로 우에노 공원을 빠져나와 걷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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