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9월 16일
만만다린
2017. 9. 16. 13:18
시간이 많다는 건 축복이다.
회사에서 보낸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아마도 책상에 앉아 있을 때 흐르는 시간이 점점 느려진다는 것. 윗사람의 맘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 진심으로 누구를 대한다는 게 무의미한 일이라는 걸 더 잘 알게 된다는 점. 영리해진다는 것. 순진한 척을 더 잘 하게 된다는 것. 그러면서도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 이 무리에서 가장 약하다는 현실, 살 길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절망하는 것. 기댈 사람이 필요하지만 그런 건 애초에 없다는 걸 깨닫고 외로워하는 것. 일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홀려 있다는 것. 끝이 어딘지도 모르겠는 채로. 홀렸구나. 홀려 있던 거였구나.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구나. 그러다 보니 어느새 가을 바람이 불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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