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2 : 집에 가자 이젠
2017년 1월 1일 새해의 첫날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호스텔로 돌아온 건 열두시 반 즈음이었을까. 침대에 눕자마자 토끼잠을 자고 6시에 일어나 눈을 비비며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짐을 쌌다. 1월 1일의 이른 시간에 체크아웃을 하려니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었고. 결국 종을 쳐서 강제로 스태프를 깨워야 했다. 미안해....
마드리드 공항으로 가는 새벽 리무진은 시벨레스 광장에서 출발한다. 다행히 츄에카 역에서 시벨레스 광장은 걸어서 15분 남짓. 돌이켜 보면 이 여행의 도시 간 이동 중 상당수가 동 트기 전 어두운 시간에 이루어졌으며....대부분 돈을 아낀답시고 택시 따윈 타지 않고 걸어서 다니곤 했다. 개고생하는 건 둘째 치고 무서웠던 순간들도 많았는데; 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
공항버스 타는 곳
정류장이 많아서 제대로 못 찾고 엉뚱한 곳에서 30여분을 기다린 것이 함정이다. 결국 시내버스 아조시에게 물어봄....; 참으로 상냥하게 알려주셨던 기억, 덕분에 마드리드를 떠나는 순간까지 맴이 맨도롱또똣하였던 기억이 난다. 아조시께서 알려주신 곳으로 가니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줄을 서서 리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황망) 어쩐지 내가 기다리는 곳엔 캐리어 든 사람은 커녕 아무도 없더라니. 혼자 서 있다가 웬 술취한 놈들이 시비도 걸고 그랬는데 ㅠㅠ
물론 여행 마지막 순간이라 눈에 뵈는 게 없었으므로 나도 졸라 째려봐줌. 아시안들은 당연히 스페인어를 못 알아듣는다 생각하고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워낙 멕시코에서부터 많이 보던 닝겐들이라 이젠 면역이 생겼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인종적 감수성을 심어주는 건 꿈 같은 일이겠지.
공항버스에서는 어쩌다 보니 맨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마드리드 시내와 바라하스 공항은 왠지 충격적으로(?) 가까웠다.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것 같아....헤매느라 리무진을 늦게 타서 시간이 빠듯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고 좀 더 자고 나왔어도 좋았을 뻔 했네 ^_ㅠ
도챠쿠. 기나긴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 구글지도 첨부가 되겠다.
심지어 카운터도 안 열린 시간에 와버리다니 /ㅅ/ 얌전히 서서 체크인 기다리는 중. 패들보드를 든 이탈리안 가족들이 내 뒤로 줄을 서서 이 사람들은 이 계절에 왜 이걸....? 하면서 약간 동공지진 상태가 되었다.
짐이 쪄서 돌아옵니다. 그동안 20kg에 육박하는 걸 싸매고 돌아다녔단 말이니...? 지져스 크라이스트....
이른 아침의 한산한 공항
시간이 많이x89715524 남았으니 아침을 죠지러 가보자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조식은 뭘로 할까 하다가
역시 그거지....하면서 시킨 하몽 샌드위치. 정말 많이 그리울 거야 ㅠㅠ
그리고 짤짤이가 좀 남았으므로. 자판기 털기를 하여본다.
받아줘 내 동전 (간절)
애매하게 센트가 남아서 과자류는 못 사고 물만 삼. 분노의 벌컥벌컥
한국의 공항면세점은 새벽같이 문을 열더니만. 9시가 넘은 이 시간에도 마드리드의 듀티 프리 샵은 감감무소식,,,,10시가 될 때까지 앞의 벤치에 앉아 대기를 타야만 했담니다
그리고 드디어 촤라락 하고 샤따를 열어주심
선물꿀템 뚜론을 사본다. 마드리드 시내의 유명한 가게들도 좋지만 역시 n명분의 선물로는 면세점만한 곳이 없어
(사실 팀원분들 드리려고 산건데, 여행 갔다가 바로 팀으로 복귀를 안 하고 연수를 들어갔기 때문에....나중에 2월 말에 팀에 갔을 땐 드리기에 애매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못 드리고 제가 다 먹었음! 죄성합니다 헿)
그렇게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카드결제도 성공적으로 완료
게이트로 간다. 우엥 안돼 이대로는 못 돌아간다 ㅠㅠ
1월 1일 날씨 흐림
알이탈리아 샌드위치(꿀맛)와 zumo de naranja
jugo가 입에 붙어있었는데 또 여기 와서 zumo zumo 하다 보니 주모 여기 국밥 한그릇....이 아니고.....무튼 이젠 zumo도 익숙해졌다. mande?가 아니라 digame?를 쓰게 되었고. 만날 기약도 없으면서 hasta luego를 남발하던 (그래서 내가 너무 좋아했던) 멕시코의 작별과는 다르게 Adios! Cuidate! 하며 돌아서는 것에도 익숙해져서 한국으로 돌아간다.
(물론 지금은 jugo고 zumo고 다 낯설어진 것이 함정이며..)
잠시 도착한 로마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환승을 한다. 실로 텀이 1-2시간밖에 없었고. 암것도 못 보고 바로 다음 게이트로 가야만 했다 ㅠㅠ
알이탈리아 친구 안녕 넌 어디로 가니
그렇게 로마도 안녕~~~유럽 안녕~~~~~우린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맘이 울적해졌찌만 또 까까랑 어륀지 쥬스 받고 기분이 좋아짐. 평소엔 과일주스 거의 안 먹는데 왜 비행기만 타면 이거 달라고 외치는지 모를 일;;
인천에서 로마로 올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옆자리 분과 떠드느라 거의 잠을 못 잤는데, 이번엔 옆자리가 비어 있었음. 그래서 잘 잤냐 하면 그건 아니고.. 핑거스미스를 읽느라 비행시간의 절반도 못 잤던 것 같다. 거의 천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몇 시간만에 끝장냄. 새라 워터스의 미친 필력....그 특유의 고딕적인 분위기에 빨려들어가면서 스페인의 오래된 도시들을 머릿속에 그리다 보니, 역시 유럽 여행을 다녀오길 잘 했구나 싶었다.
중간중간 밥 먹으면서 보니 더 꿀잼이고 9ㅅ9
인천-로마 비행할 때 이탈리아식 되게 별로라 생각했는데 이 라자냐는 맛있었다. 그래 그땐 웬 이상한....샐러드랑 빵.....후 말을 말자......
아침도 맛있게 얌얌
그렇게 폰으로 책 읽느라 빨개진 눈으로, 오전 10시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어인 일인지 내 캐리어 바퀴 하나가 빠져있었고 자물쇠도 없었으며 표면은 다 긁혀서 만신창이였음. 로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도대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여행이 끝난 홀가분함과 함께, 멕시코부터 지금까지 4년째 나와 함께 해 준 노랭이 캐리어도 행복하게 보내주기로 함. 3주간의 여행 정말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