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0 : 어느덧 마지막 도시라니
2016년 12월 30일
세고비아를 떠나 살라망카로 가는 날
유난히 아침 일찍 눈이 떠졌고 내일 모레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했다. 전날 사놓은 초코칩 쿠키를 마저 조지고, 모처럼 얼리버드가 된 김에 체크아웃까지 일찍 해버렸다.
그렇게....짐은 로비에 맡기고 몸만 나와 수로 보는 중....
복작복작 연말의 분위기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였을까
계속해서 수도교를 따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인턴 동기에게 카톡이 와서, 단체방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이게 웬 단톡방이지???? 했는데 알고 보니 얼마 전 신입사원 OT가 있었고ㅡ못 간다고 인사팀에 말은 해 놨지만, 뭐랄까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ㅡ거기서 새로 조가 짜여졌다고 한다. 아 그렇지....내가 없어도 한국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혼자만 인사를 늦게 하게 된 터라 긴장되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고, 뭐 그런 기분을 느끼며 최대한 밝은 척 인사를 했다. 지금이야 연수 조 동기들이랑 꽤나 각별해졌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ㄱㅁ오빠네가 더 편하고 그랬기에 괜히 그쪽 방에도 반갑게 카톡을 보내고 그랬었다.
심란한 기분은 애써 감춰보자
딱 여행 막바지의 비실비실한 몸 상태였으므로
산책은 이만 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밍기적밍기적 로비 소파에서 놀면서 주인집 딸이랑 얘기하다가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미처 몰랐떤 ㅏ실. 세고비아엔 렌페역이 두개 있었다.
살라망카로 가려고 끊어놓은 표를 보여주니 아저씨께서 감사하게도 곧장 제대로 된 역으로 데려다 주심. 하마터면 열차 놓칠 뻔 했네 두근두근
도착
동네와 꽤 멀리 떨어진ㅡ차로 10분 정도ㅡ곳이었다. 친절했던 택시 아조시 감사합니다 ㅠㅠ 스페인 택시 아저씨들은 다 넘 좋았네....
햐 그림
전날 슈퍼에서 샀던 감자칙을 와작와작 먹으며 아침도 점심도 아닌 끼니를 떼워보았다. 갈수록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것 같은데 이거이거,,
승강장 가는 길
웬만한 렌페역엔 어딘가로 오가는 사람들이 우글거리지만 여긴 매우 한적했다. 대부분 시내 가까이에 있는 역을 이용하나 보다
세고비아에서 살라망카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걸까
여기서 바스크 출신의 살라망카 대학 학생을 만났다. 뭐랬지, 전공이 뭐였더라....까먹어서 미안해....페북 친구라도 맺고 올 걸 그랬네.
눈이 연한 옥색 빛깔이라 신기했고 바스크 어로 인사하는 법도 배웠는데 그것도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8ㅅ8
승강장에는 계속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뭔가의 사정으로(?) 열차가 지연된다는 말씀. 느릿느릿 대화를 더 이어가다가 각자의 좌석에 몸을 실었다.
1시간쯤 걸려서 도착. 어으어어엄청나게 꿀잠 잤다 (소소하게 뿌듯)
숙소까지는 걸어서 20분이 찍혔고
날씨도 좋고 몸도 개운해진 탓에 그냥 걸어가 보기로 한다. 차마 연달아 택시를 두번 타긴 그렇기도 하고 꺄르르륵
가다가 자연스레 만나게 된 Plaza Mayor. 숙소는 바로 옆의 Hostal Plaza Mayor였다.
여행 후반부로 갈수록 김귤희의 유리몸과 유리멘탈이 심각히 파사삭...쿠사삭....와장창....(?)이 될 것을 예견했기 때문에. 살라망카의 숙소 역시 아늑한 1인실이다.
어느 도시를 가나 Plaza Mayor는 수많은 광장들 중 가장 으뜸(!)의 느낌이지만. 살라망카 플라자 마요르의 아름다움은 각별하다.
숙소까지 20발자국이면 가는데, 좀처럼 이 광장을 벗어나지 못해서 캐리어를 옆에 두고 한참을 서성였다.
유난히 장식적이고 화려했던 살라망카의 시청 건물
지금까지도 다른 도시의 Mayor 광장과 뭐가 다른지 콕 집어 말은 못하겠지만
'preciosidad'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음. 그만큼 근사한 곳이다.
지는 해를 받아 건물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더 그랬는지도 모르구
이따 밤에 와서 야경을 보기로 하고, 일단 숙소로 체크인 하러 간다 뿌뿌
플라자 마요르로 통하는 입구들은 마드리드에서 익히 봤던 것처럼 저렇게 아치형이었다
중남미에선 잘 못 보던 거라 (거기도 도시마다 Plaza Mayor와 유사한 Plaza Armas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였고.
숙소 옆에 있던 바. 로고가 멋지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무려 3층의 방이라 '어휴....캐리어 얘를 어떻게 올리지......'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걸크러시 폭발하게 한 손으로 번쩍 들어서 도와주셔서 김귤희는 감동의 눙물을 흘려버려따ㅠㅠㅠ
살라망카 사람들은 유난히 내게 상냥했는데 그건 이 곳이 '대학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많은 유학생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실제로 나의 학교에서도 많은 서어서문학과 친구들이 살라망카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오곤 했었다. 그리고 내가 굳이 이 북서부의ㅡ관광객들에게 딱히 유명하지도 않은ㅡ작은 마을을 방문한 것도, 서문과 사람들의 후기와 사진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돌았기 때문이다. 일단 플라자 마요르와 숙소를 경험해 본 결과....오기 잘 했다는 기쁜 마음이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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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망카에서는 꼬박 24시간 정도를 머물게 되었다. 볼게 아주 많은 도시는 아니었지만 일부러 쉬어가려고 1박 정도로 길게 일정을 잡았다!
일단 대성당과 살라망카 대학이 있는 쪽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그러나 기분이가 너무 좋아져버렸던 나머지, 가야 할 곳보다 훨씬 멀리 와버렸는데......(동공지진) 여기가 어디나면
무려 여기임. 마요르 광장에서 여기까지 난 일자 도로를 따라 룰루랄라 걷다 보니 이렇게나 내려와 버렸네 하핫....
그래도 멋진 외관 덕분에 행복
살라망카 역사 지구의 거의 모든 건물들에는 저렇게 무척 정교한 부조가 새겨져 있었고, 보존 상태가 놀랍도록 좋았다.
수도원에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오다 보면 무려 이런 광경도 볼 수 있담니다 ㅠㅠ
대성당인가?!!!? 했는데 아니었고. 살라망카 대학의 인문사회관에 붙어 있는 성당 건물이었다.
오르막 경사 때문인지는 몰라도,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유난히 더 자그마하게 느껴졌다. 홀리하면서도 무게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이 길로 올라와 보시길....
사스가 교육의 도시 답ㄱㅔ 누군진 모르겠지만 마에스트로의 동상도 있었다.
수...숨막혀....넘모 커...
대학과 마주보고 있는 오른편의 건물은 Casa de las Conchas.
조개들의 집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곳. 예전엔 어느 부호의 집이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지금은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다.
별명이 붙은 이유는 설명이 필요 없는....이 외벽의 장식 때문이다.
왜 가리비들을 붙여놓았는지는 미지수.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한 걸가 (아득)
입장 시간이 지났는지 문은 잠겨있었고. 아쉬운 맘에 외관만 보고 돌아섰다. 내일 기회가 되면 들어가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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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망카에서는 왠지 대학생이 된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에 (응....이제 아니야....) 인문대학 건물을 좀 더 돌아보기로 했십니다
연말에 방학이라 다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던 것일까. 대학 주변의 길은 텅텅 비어 있었다.
어허 어허
대학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 보정 거의 안 했는데 실제로 건물 색이 저렇게 되었답니다.
하아....저 위에 저긴 또 뭔가요 ㅠㅠㅠ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너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설마 이게 기숙사인가;;;; 위치 미쳐써..
두 개의 종탑까지. 거의 대학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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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게 아니라. 살라망카 대학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 된 대학이며, 유럽에서는 2번쨰로 오래 된 곳이라 하니... 9ㅅ9 개교 년도는 무려 1218년.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ㅡ사실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ㅡ, 인문대 학부 수도 매우 많고.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좋아하는 살라망카 사진
어째서 도시 전체가 커다란 문화 유적지인지 알 것 같은 풍경들이 골목골목마다 펼쳐져서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홀린 듯 걸어서 살라망카 대성당에! 도착!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커다랗고 아름다운 성당의 외관
지금까지 스페인 여행을 하며 성당을 몇십 개는 봤겠지만, 새로운 도시에 와서 새로운 성당을 보면 늘 말을 잃는 건 왜일까.
주변의 길이 꽤나 넓고, 앞에 광장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참을 서서 멍하니 올려다 보기 좋은 성당이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더 좋은 시간대
너무나 정교한 이곳의 파사드와
살라망카 n대 의문이라는 대성당의 우주인도 발견했다
ㅋㅋㅋㅋ암만 봐도 우주비행사인데 뭐죠? 어찌 된 영문인거죠? ㅠㅠㅠㅠ
한바퀴 빙 도는 중
내일은 저길 올라봐야지. 하며 종탑도 지나고
정말 크고, 보존상태가 좋아서였는지 질감이 있는 그대로 느껴질 것만 같은 성당의 지붕들도 찍어본다
뒷문도 이렇게 아름답다. 어쩜 살라망카 대성당은 이렇지?? 진짜???
세비야 이후부터 줄곧 혼자 다녔는데 사진이 아쉬운 적은 별로 없었지만. 이곳에서는 정말 내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다음엔 꼭 누군가 데리고 와야지
아아 살라망카의 골목도 어쩜 이랬을까
그렇게 살라망카에 온 지 3시간도 안 되어서 이 마을에 완전히 폴인러브 상태가 되어 버렸고, 계속해서 저녁에도 이곳 저곳을 산책해 보기로. 투비 컨티늉